
지갑 인텔리전스, 투명성을 넘어 감시 수단으로…암호화폐의 ‘자유’를 위협하다
블록미디어
블록체인 거래의 투명성을 목표로 등장한 ‘지갑 인텔리전스(Wallet Intelligence)’가 이제는 개인 감시와 시장 조작 도구로 활용되고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거래 기록 분석을 기반으로 한 이 기술은 규제 대응과 사기 탐지에 쓰였지만, 이제는 일부 플레이어들이 정보를 무기로 삼고 있다는 지적이다.
크립토폴리탄에 따르면 체이널리시스(Chainalysis), 아캄 인텔리전스(Arkham Intelligence), 난센(Nansen) 등 여러 분석 업체들이 지갑 인텔리전스 산업을 선도하고 있으며, 시장에서는 이들의 데이터가 거래 전략, 사용자 차단, 리스크 평가 등에 폭넓게 사용되고 있다.
지갑 인텔리전스는 원래 △자금세탁 방지 △KYC(고객 확인) △범죄 수사 등을 돕기 위한 목적으로 개발됐다. 하지만 현재는 일반 거래자들까지 이용하는 분석 수단으로 확장됐다. 거래소는 이 정보를 통해 특정 지갑의 행위를 감시하고, 경우에 따라 위험 거래를 차단하거나 연기한다. 일부 트레이더들은 데이터를 활용해 선제적인 매매 전략을 짜기도 한다. 하지만 이와 같은 정보 접근은 개인에게 통제와 조작의 대상이 될 위험도 안긴다. 지갑 정보는 △시장 조작 △여론 통제 △자산 몰수 수단으로도 활용될 수 있으며, 이 과정은 종종 폐쇄적으로 이뤄진다.
일각에선 암호화폐의 핵심 가치였던 ‘프라이버시’가 흔들리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비트코인은 익명성(정확히는 가명성)을 기반으로 은행과 정부의 감시를 피해 거래할 수 있는 자유를 제공했다. 하지만 블록체인 거래는 모두 공개 원장에 기록되기 때문에, 지갑 인텔리전스는 이를 분석해 거래 습관, 자산 규모, 지갑 간 연결 관계까지 추적할 수 있다. 이로 인해 암호화폐의 가명성은 사실상 무력화되고 있다.
현재는 규제 당국이 의심스러운 지갑을 동결하거나, 거래소가 리스크 점수 기반으로 송금을 막는 사례도 발생하고 있다. 지갑 인텔리전스를 운영하는 일부 기업들이 ‘안전한 사용자’와 ‘위험 사용자’를 결정하면서 사용자의 접근성과 경험이 달라지는 것이다.
실제 2022년 FTX 붕괴 사건은 지갑 인텔리전스의 양면성을 보여줬다. 당시 규제당국은 이상징후를 포착하지 못했지만, 커뮤니티 내 분석가들이 블록체인 데이터를 통해 FTX와 알라메다 리서치 간 자금 이동을 추적해낸 바 있다. 이 사례는 지갑 인텔리전스가 투명성을 높이고 부정 행위를 밝히는 수단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줬다.
문제는 이 도구가 소수 기업에 의해 독점적으로 운영된다는 점이다. 몇몇 기업이 전체 블록체인 네트워크의 데이터를 사실상 통제하게 되는 셈이다. 이 같은 구조는 암호화폐가 지향한 탈중앙화 가치를 훼손하고, 사용자 데이터를 상업적 목적으로 활용하는 ‘감시 자본주의’와 유사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프라이버시와 탈중앙화 가치를 지키기 위해서는 사용자의 기술적 대응도 필요하다. 전문가들은 △영지식증명(Zero-Knowledge Proofs) △기밀 거래(Confidential Transactions) △프라이버시 지향 블록체인 등을 대안으로 제시한다. 아울러 지갑 인텔리전스 시스템의 운영과 감시는 개방형 거버넌스를 통해 이뤄져야 한다. 개발자, 규제당국, 사용자들이 협력해 투명성과 책임성은 유지하면서도, 사생활을 보호할 수 있는 기술적·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개발자, 규제당국, 사용자 간 협력을 통해 사생활을 보호하면서도 거래의 투명성과 보안을 유지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 마련이 필요하다는 요구가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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