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업비트의 특수는 종료되었는가…케이뱅크, 거래소 의존의 ‘양날의 검’
[블록미디어 오수환 기자]
[블록미디어 오수환 기자] 케이뱅크가 업비트와의 제휴를 기반으로 빠르게 성장했지만, 지나친 의존 구조와 고금리 예금 부담이 발목을 잡고 있다. 1분기 순이익은 1년 전보다 68%나 줄었고, 업비트 예치금에 대한 이자율 인상으로 수익성 압박이 커졌다. 업비트 실명계좌 계약 만료와 규제 변화에 대비해 케이뱅크는 새로운 수익 기반 마련에 속도를 내고 있지만, ‘업비트 특수’의 종말이 현실화될 경우 실적 충격은 불가피하다는 우려가 나온다.
19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케이뱅크의 올해 1분기 당기순이익은 161억원으로, 전년 동기(507억원) 대비 68.2% 급감했다. 이자수익은 2759억원으로 9.3% 증가했지만, 같은 기간 이자비용은 1674억원으로 43% 넘게 늘면서 순이자이익이 오히려 줄었다. 수신 규모가 늘었음에도 순이자마진(NIM)은 2.40%에서 1.41%로 하락했다.
업비트 예치금 ‘고금리 부채’로 … 수익성 압박 심화
이자비용 급증의 가장 큰 요인으로는 업비트 고객 예치금에 대한 이자율 인상이 꼽힌다. 지난해 7월 가상자산 이용자보호법 시행 이후, 케이뱅크는 업비트에 예치된 고객 자금에 대해 기존 연 0.1%에서 연 2.1%로 이자율을 인상해 적용하고 있다. 사실상 무이자였던 예치금이 고금리 부채로 전환되면서, 이자비용이 급격히 늘어났고 이는 곧 수익성 악화로 이어졌다.
문제는 예금이 늘어난 만큼 대출도 함께 늘었느냐는 점이다. 케이뱅크의 올해 1분기 수신 잔액은 27조800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6% 넘게 증가했지만, 같은 기간 대출 잔액은 16조9000억원으로 14% 증가에 그쳤다. 수신이 여신을 앞서면서 쌓인 유동성은 결국 수익률이 낮은 국공채(3.0%)나 환매조건부채권(RP·2.92%) 등에 운용될 수밖에 없는 구조로 이어졌다. 자금을 적극적으로 굴리지 못한 결과 전체 수익성도 함께 낮아진 것이다.
특히 대출 포트폴리오의 절반 이상이 주택담보대출에 집중돼 있다는 점도 수익성 측면에서 제약 요인으로 꼽힌다. 올해 1분기 기준 케이뱅크 전체 여신 가운데 주담대 비중은 50.7%에 달한다. 주담대는 금리가 낮고 회전율이 떨어지는 특성상 자산规模에 비해 수익 기여도가 낮다. 이 영향으로 케이뱅크의 예대율은 60.8%, 순이자마진은 1.41%에 머물렀다. 같은 기간 카카오뱅크(예대율 73.3%)나 토스뱅크(NIM 약 1.8%)에 비하면 수익 지표는 다소 뒤처진다.
불확실성 커지는 업비트 의존 … 케이뱅크, 새 성장 모색
여기에 업비트 의존도 역시 시간이 갈수록 리스크로 확대되고 있다. 지금까지는 케이뱅크 수익 구조의 절대적인 기반 역할을 해왔지만 동시에 비용 부담도 함께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여기에 더해 업비트와의 실명계좌 제휴 계약은 오는 10월 종료를 앞두고 있고 정치권과 시장에서는 ‘1거래소-1은행’ 구조에 대한 개선 요구가 거세지고 있다. 여야 모두 ‘1거래소-다은행’ 체제 전환을 대선 공약에 포함했고 일부 시중은행들도 업비트와의 제휴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
이런 변화 가능성 앞에서 케이뱅크가 의존적 수익 구조에만 머무를 수는 없다는 시각이 뚜렷해진다. 기업공개(IPO)를 다시 추진하고 있는 케이뱅크로선 업비트에 집중된 현재의 구조를 넘어서 보다 지속 가능하고 독립적인 성장 기반을 마련하는 일이 무엇보다 시급하다. 전체 수신의 5분의 1 이상을 차지하는 핵심 자금원이 흔들릴 경우, 단순한 비즈니스 조정이 아니라 예금 유출과 실적 충격이 동시에 닥칠 수 있기 때문이다.
국내 디지털자산 거래소 한 관계자는 “지금까지 케이뱅크가 업비트를 통해 빠르게 덩치를 키워온 것은 사실이지만, 이제는 그 구조가 오히려 리스크로 되돌아오는 전환점에 있다”며 “특정 플랫폼에 지나치게 기댄 수신 기반은 시장 환경이나 규제 변화에 따라 언제든 흔들릴 수 있는 만큼 자산 운용 다변화와 독립적인 고객 확보 전략이 더는 미룰 수 없는 과제가 됐다”고 말했다.
이런 인식 아래 케이뱅크도 수익 기반을 넓히기 위한 움직임에 속도를 내고 있다. 올해 AI 분야에 전년 대비 3배에 달하는 약 600억원을 투입해 금융 서비스 고도화와 개인 맞춤형 대출 전략을 강화하는 한편, 후순위 대환대출 상품을 통해 중·저신용자 및 소상공인을 대상으로 한 여신 확대에도 나서고 있다. 플랫폼 중심의 확장 전략에서 나아가, 실물 기반 금융으로 외연을 넓히려는 시도다.
케이뱅크 관계자는 “연체율 등 건전성 지표는 크게 개선되고 있고 1분기 동안 고객 수도 90만명 증가했다”며 “이러한 흐름에 따라 실적은 자연스럽게 개선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수익원 다변화는 은행으로서 당연히 해야할 비즈니스 중 하나로 개인사업자 시장 강화에도 힘을 쏟고 있다”고 덧붙였다.
IPO와 관련해서도 그는 “지난 3월에 이사회 결의를 이미 마쳤고, 지금은 시장 상황을 고려하고 있다”며 내년 상반기 중 적절한 시점에 IPO를 진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