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빗썸, 국내 최초의 차익거래 서비스 실험… “수익과 시장 안정성을 동시에 확보하다”
블록미디어 오수환 기자
국내 디지털자산(가상자산) 거래소 빗썸이 최근 베타 서비스 형태로 자동 차익거래 기능을 선보였다. 이 서비스는 두 거래소 간의 시세 차이를 자동으로 포착해 매수·매도 주문을 실행함으로써 사용자가 별도의 수동 개입 없이도 수익을 실현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국내 거래소 간 차익거래를 자동화한 첫 시도로 가격 변동성 대응이 어려운 개인 투자자에게 새로운 전략 도구가 될 수 있다는 기대가 나온다. 하지만 향후 서비스 대상이 해외 거래소로까지 확대될 경우 법적·제도적 규제가 확장성의 핵심 변수가 될 전망이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빗썸은 지난 9일 자동 차익거래 서비스를 공개한 지 하루 만에 참가자 모집을 마쳤다. 기존 국내 거래소에 유사한 서비스가 없었던 만큼 별도 홍보 없이도 약 30명의 소수 인원이 빠르게 모집된 것으로 전해졌다.
빗썸의 이번 서비스는 API 연동 방식으로 작동한다. 사용자는 자신이 보유한 다른 거래소에서 API 키를 발급받아 이를 빗썸에 등록하면 된다. API는 일종의 연결 열쇠로 빗썸이 해당 계정에 접근해 실시간 시세 정보를 확인하고 주문을 실행할 수 있도록 해준다. 이를 통해 빗썸은 사용자의 계정에 직접 접속하지 않고도 필요한 정보를 받아와 자동으로 거래를 진행할 수 있다.
API를 통해 사용자 계정과 실시간으로 연동되는 구조 덕분에 거래 역시 양 거래소 간 자동화된 방식으로 이뤄진다. 사용자가 빗썸과 타 거래소에 자산을 미리 나눠 보관해두면 빗썸은 이를 바탕으로 자사 거래소에 지정가 주문(Maker)을 먼저 제출하고 해당 주문이 체결되면 연동된 API를 통해 타 거래소에 시장가 주문(Taker)을 자동으로 실행한다. 주문은 사용자가 설정한 조건에 따라 실행되며 실제 체결이 발생하는 시점에만 외부 거래소와 연동돼 거래되는 방식이다.
빗썸에 따르면 두 거래소 간 시세 차이가 사용자가 설정한 목표 수익률 이상일 때만 거래가 진행되며 조건이 충족되지 않으면 기존 주문을 취소하고 새로운 주문을 반복 등록해 수익을 낸다.
현재 이 서비스는 특정 국내 거래소와 연동돼 제한적으로 운영되고 있다. 빗썸은 이를 통해 자사 플랫폼의 거래 활성화를 유도하고 오더북 유동성 강화를 기대하는 것으로 보인다. 외부 거래소와의 시세 차이를 활용해 빗썸 내 매수 또는 매도 주문이 더 빠르게 체결되도록 유도하는 구조이기 때문에 체결 건수 증가와 함께 수수료 수익도 자연스럽게 확대된다. 알고리즘이 실시간으로 주문을 반복 생성하고 체결을 시도하는 방식인 만큼 빗썸 입장에서는 거래량이 지속적으로 유입되며 안정적인 수익 흐름을 확보할 수 있는 셈이다.
국내 디지털자산 업계의 한 관계자는 “자동 차익거래는 단순히 사용자 편의성 차원을 넘어 거래소 입장에서도 수수료 기반 수익 모델을 강화할 수 있는 수단”이라며 “매매 주체는 사용자인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 거래는 빗썸 플랫폼 안에서 고빈도로 발생하기 때문에 거래소 입장에서는 매우 효율적인 수익 확보 수단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같은 시스템은 거래소의 수익성뿐 아니라 시장 전체의 안정성과 신뢰도를 높이는 데에도 긍정적인 역할을 할 수 있다. 차익거래가 국내 디지털자산 시장에 자리잡게 된다면, 상장 직후 과도한 가격 급등락 현상인 ‘상장빔’을 완화하는 데 기여할 수 있다. 실제로 지난해 어베일(AVAIL)과 무브먼트(MOVE) 같은 신규 상장 자산이 상장 직후 극단적인 가격 급등과 급락을 겪으며 투자자 피해 우려를 낳은 바 있다. 이 현상은 특정 거래소에 매수세가 과도하게 몰리면서 가격이 비정상적으로 치솟으며 발생한다.
차익거래는 이러한 가격 왜곡을 실시간으로 조정하는 역할을 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상장 직후 A 거래소에서 매수세가 몰려 가격이 급등하더라도 다른 거래소의 상대적으로 낮은 시세를 감지한 알고리즘이 자동으로 고가 매도와 저가 매수를 병행하면서 가격 차이를 줄이게 된다. 이 과정이 반복되면 비정상적인 급등세가 자연스럽게 제한되고 과열에 따른 피해 가능성도 줄어든다. 결국 시장 전반의 가격은 보다 빠르게 균형을 찾아가는 것이다.
특히 국내는 해외보다 상대적으로 가격이 높게 형성되는 ‘김치프리미엄’ 현상이 자주 나타나고 거래소 간 유동성 격차도 큰 편이기 때문에 차익거래가 활성화되면 시장 내 가격 왜곡을 줄이고, 유동성 분산을 유도하는 등 안정화에 기여할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실제로 차익거래는 이미 주식의 프로그램 매매를 비롯해 채권, 파생상품 등 전통 금융 분야에서 널리 활용되며 시장 간 유동성 격차를 해소하는 주요 수단으로 자리잡아왔다.
다만 빗썸의 이번 실험은 아직 국내 거래소에 한정돼 있어 차익거래의 본격적인 확산과 시장 구조 개선 효과를 체감하기에는 제한적일 것으로 보인다. 효과를 확대하려면 해외 거래소 연동이 필수적이지만 외환 규제, 트래블룰, 사업자 등록 요건 등 법적으로 고려할 사항이 많이 생기기 때문이다.
국내 거래소 한 관계자는 “기술적으로는 해외 거래소 연동도 가능하지만 국가 간 자금 이동과 관련한 규제가 워낙 복잡하다”며 “차익거래 자체는 시장 효율성에 기여할 수 있는 전략이지만, 이를 사업화하려면 각국 법률을 사전에 충분히 검토하고 대응할 수 있는 체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빗썸 관계자는“이번 자동 차익거래 서비스는 테스트 성격을 겸해 제한적 형태로 출시된 것”이라며“내부 기술 안정성과 고객 반응을 모니터링한 뒤, 향후 고객 및 대상 거래소 확대를 검토할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