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더리움, ETF 스테이킹의 어려움을 겪고 있는 ‘중년의 위기’
이더리움의 현재 상황
[블록미디어 명정선 기자] 이더리움이 긴 침체기를 겪고 있다. △가격 하락 △온체인 활동 감소 △ETF 자금 유출 등 복합적인 지표가 시장의 불확실성을 키우고 있다. 시장은 이더리움 현물 ETF에 스테이킹 기능이 도입되면 반전 계기가 될 수 있을지 주목하고 있다. 이더리움 현물 ETF는 올해 초 1억6000만달러 순유입을 보였지만, 3월 들어 4억달러 이상 유출되며 누적 순유출 규모가 2억4000만달러에 이르렀다. 같은 기간 7억9000만달러의 순유입을 기록한 비트코인 현물ETF와 대조를 이룬다. 이더리움은 ETF에 스테이킹이 도입될 경우, 수익성과 유통 물량 감소를 통해 시장에 긍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자료=소소밸류, 이더리움 현물 ETF 월간 유출입
스테이킹 도입 기대감 고조
블랙록 디지털 자산 부문 책임자인 로버트 미치닉은 “이더리움 ETF에 스테이킹 기능이 추가되면 시장 수요에 중요한 전환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스테이킹을 통한 연간 수익률은 약 3.12% 수준으로, 단순 가격 변동에 의존하는 비트코인 ETF와 비교해 기관 투자자에게 매력 요소가 될 수 있다. 또 스테이킹으로 ETH를 잠그면 유통량이 줄고 매도 압력도 완화돼 가격 상승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현재 이더리움 전체 공급량의 약 27.85%가 스테이킹돼 있으며, ETF가 이에 참여할 경우 이 비율은 더욱 확대될 수 있다. 실제로 지난 2월 이후 21Shares, 피델리티, 그레이스케일 등 주요 발행사들이 SEC에 스테이킹을 포함한 이더리움 ETF 관련 서류를 제출했다.
구조적 한계는 여전
그러나 ETF 스테이킹의 실질적 효과에는 한계가 있다. 예를 들어 21Shares가 제출한 문서에 따르면 이더리움 스테이킹 수익은 투자자에게 직접 배분하지 않고 ETH 커스터디 기관인 코인베이스에 귀속된다. 또한 스테이킹 절차도 리도 파이낸스 등의 탈중앙화 프로토콜에 배치하는 것이 아닌 신탁 기관에서 자체적으로 처리(포인트 앤 클릭 스테이킹)하는 방식이다. ETH 스테이킹의 진입·종료 속도도 문제다. 현재 네트워크 상황에 따라 스테이킹 진입과 해제에는 수 주에서 수십 일이 소요될 수 있다. 이는 시장 상황 급변시 ETF 유동성을 제약하는 요소가 될 수 있다. 듄애널리틱스와 더 블록(TheBlock)은 ETF가 스테이킹에 전면 참여하더라도 전체 스테이킹 비율은 약 30% 수준으로 소폭 상승에 그칠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공급량 감소나 가격 상승에 결정적 영향을 줄 수준은 아니다. 또한 Sui(77.1%), Aptos(75.8%), Solana(64.3%) 등 경쟁 체인보다도 낮은 수준이다.
온체인 활력 저하와 생태계 경쟁
스테이킹 참여가 확대되더라도 이더리움이 마주한 근본적 과제를 해결하긴 어렵다. 3월 들어 이더리움 네트워크는 일일 소각량과 평균 거래 수수료 등 주요 지표에서 역대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지난 23일 하루 동안 소각된 ETH는 50.03개로 역대 최저를 기록했다. 평균 거래 수수료는 0.43달러로, 2021년 고점 대비 99.1% 하락했다. 온체인 거래량과 신규 주소 수도 뚜렷한 감소세다. 이더리움 네트워크의 7일 평균 활성 주소 수는 19일 기준 41만9000개로, 지난해 10월 수준으로 되돌아갔다. 레이어2(L2) 확장 전략도 시장 가치에 악영향을 줬다는 분석이 나온다. L2로 이동한 거래는 ETH 가스 수수료로 환원되지 않고 해당 생태계에 머무는 경우가 많다. 이로 인해 메인넷의 거래 수수료 수입이 줄고, ETH 수요 기반도 약화되고 있다. 게다가 밈 코인 열풍마저 솔라나로 옮겨가며 존재감을 잃고 있다. 스탠다드차타드는 ETH/BTC 비율이 2027년까지 0.015까지 떨어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ETH의 ‘세계 컴퓨터’라는 내러티브도 과거만큼 강력하지 않다는 평가다.
기술적 전환점…수수료 체계 개편 가능성도 부상
다만 반론도 있다. L2는 결국 이더리움 메인넷에 데이터를 정산하는 구조로, 거래가 활발할수록 메인넷 수요와 데이터 가용성도 함께 증가할 수 있다는 의견이다. 이더리움이 결제·보안의 중심 체인으로 자리매김할 경우, L2의 성장은 오히려 장기적 선순환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전망이다. 베이스드 롤업 타이코(Taiko)는 “이더리움이 실행 수수료가 아닌 데이터 가용성(DA)에 기반한 구조로 진화하고 있다”며 “이는 롤업 중심 로드맵을 채택한 이후 예상된 방향이며 기술적 전환점을 지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일부 개발자와 연구자들은 L2에서 발생하는 수수료의 일부를 메인넷에 귀속시키거나, 롤업(Rollup) 생태계 수익을 ETH 기반으로 유도하는 등의 구조 개편 필요성을 제기하고 있다. 이더리움 공동창립자 비탈릭 부테린 역시 과거 L2에 ‘네트워크 세금’ 모델을 제안한 바 있다. 기술적으로는 충분히 구현 가능한 시나리오지만, 탈중앙화 생태계 특성상 이해관계자 간 합의가 필요하며, 단기간 내에 실행되긴 어렵다는 현실적 제약도 따른다.
새로운 이야기, 새 전략이 필요한 시점
기관들은 여전히 신뢰를 보내고 있다.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BlackRock)은 RWA(실물자산 토큰화) 중심의 BUIDL 펀드를 통해 11억달러 이상을 이더리움 체인에 배치했다. 난센(Nansen) 데이터에 따르면 고래 주소도 늘고 있다. 그러나 이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ETF 스테이킹은 ETH 공급과 수익성에 단기적 영향을 줄 수 있으나 핵심은 아니다. 이더리움은 △정체성 재정립 △기술적 혁신 △내러티브 갱신이라는 과제를 동시에 안고 있다. 시장은 ETH가 다시 한 번 탈중앙화 생태계의 중심으로 도약할 수 있을지 주목하고 있다. 스스로를 혁신하지 못한다면, SOL이나 BTC 생태계가 주도하는 새로운 가격 패러다임 속에서 주도권을 잃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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